“딸아이가 사춘기라서 그런 걸까?
말 한마디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툭하면 짜증을 내는 딸을 보며 괜히 내가 뭘 잘못했나 자책하게 돼요.”
“엄마는 늘 간섭하고, 내 얘기는 안 들어줘. 말하는 것도 잔소리처럼 들려요.”
엄마와 딸 사이의 갈등은 특별하거나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과정이에요. 하지만 원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상처는 쌓이고 관계는 멀어질 수밖에 없죠.
오늘은 ‘왜 딸과 엄마가 자주 싸우게 되는지’,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심리적 이유는 무엇인지’ 함께 짚어보려 해요.
이해는 거리감을 줄이는 첫걸음입니다.
1. ‘가까움’이 오히려 거리감을 만든다
딸과 엄마는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 ‘가까움’이 오히려 감정을 날것으로 부딪히게 만들어요.
다른 사람에게는 하지 않을 말도 엄마에겐 쉽게 쏟아내고,
엄마는 그만큼 더 걱정하고 더 통제하려 들죠.
딸은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싶어” 하고,
엄마는 “조금이라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어” 하죠.
의도는 사랑인데, 방식이 충돌하면서 오해가 생깁니다.
2. 서로의 ‘세대 언어’가 다르기 때문
딸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엄마는 다른 시대의 기준과 가치를 살아온 사람입니다.
엄마는 “내가 살아보니 이게 맞더라”는 삶의 지혜를 전하고 싶어 하고,
딸은 “지금 내 현실과는 맞지 않아”라고 느끼죠.
여기서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서로의 ‘기준’을 절대적인 잣대로 들이대는 것이에요.
자기 입장만 옳다고 여기면, 상대의 감정은 존중받지 못합니다.
3. 말보다 감정이 먼저 앞설 때 생기는 문제
딸은 때때로 말이 아닌 표정, 말투, 침묵으로 감정을 드러냅니다.
엄마는 그걸 불편해하고, 정면으로 부딪혀 해결하려 하죠.
하지만 감정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나눈 대화는
대체로 상처만 남기기 쉽습니다.
갈등이 심화되는 이유는,
상대가 내 감정을 모른다고 느낄 때입니다.
말을 시작하기 전, 그 감정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를 함께 살펴보는 과정이 꼭 필요해요.
4. 독립을 향한 몸부림: 자율성 vs 보호 본능
특히 딸이 성장하면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하게 요구할수록,
엄마는 본능적으로 걱정과 통제 본능이 강해집니다.
딸은 “엄마가 나를 믿지 않아”라고 느끼고,
엄마는 “너무 앞서 나가다 다칠까봐 걱정돼”라고 느끼죠.
둘 다 틀리지 않았지만, 표현 방식이 부딪히는 겁니다.
이 시기에는 딸에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
갈등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엄마는 안내자이지, 조종자가 아니어야 해요.
5.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기대
엄마는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라고 말하지만,
그 안에는 종종 자신의 기대와 불안이 섞여 있어요.
딸은 그 기대를 **‘내 모습은 지금 부족하다는 뜻이구나’**로 받아들일 수 있죠.
사랑은 분명한데, 그 표현이 부담으로 느껴지는 순간 갈등이 발생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바꾸려 들지 말고,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수용하려는 시도가 중요합니다.
딸과 엄마, 다투는 건 괜찮아요. 단, 서로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안다면
엄마와 딸은 싸우지 않고는 지나갈 수 없는 시기가 있습니다.
그건 누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서로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에요.
중요한 건 갈등 그 자체가 아니라,
그 후에 서로를 이해하려는 태도와 회복의 대화가 있느냐입니다.
오늘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조금만 더 다정하게 질문하고,
조금만 더 여유 있게 반응할 수 있다면,
엄마와 딸 사이의 거리는
충분히 다시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