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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 모노노케히메, 일본 고대 세계관

by poisonbulb 2025. 5. 9.

일본 영화 모노노케히메

1997년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는 인간과 자연의 충돌, 고대 신화적 세계관, 그리고 도덕적 회색지대를 정교하게 엮은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철학적·생태학적 메시지를 담은 깊이 있는 서사 구조로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습니다. 본 글에서는 모노노케 히메의 세계관을 중심으로 ‘인간’, ‘자연’, 그리고 ‘신화’가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분석합니다.

인간: 진보와 욕망의 이중성

모노노케 히메 속 인간은 단순한 악역도, 선역도 아닙니다. 특히 ‘타타라 마을’과 ‘에보시’ 여사는 인간의 기술적 진보와 개발 의지를 상징합니다. 타타라 마을은 철을 생산하기 위해 숲을 파괴하고, 그 과정에서 산과 늑대신, 멧돼지신 같은 숲의 신들과 충돌하게 됩니다. 이 장면은 산업화의 그림자가 자연에 미치는 영향과 흡사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이 인간을 일방적으로 악으로 묘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에보시 여사는 장애인과 창녀들을 보호하고 함께 살아가며,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체의 연대를 지키려 합니다. 그녀의 개발 행위는 생존과 복지를 위한 것이며, 이는 관객에게 ‘정말 나쁜 일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주인공 아시타카 역시 인간이 저지른 폭력의 희생자이자,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려는 존재입니다. 이처럼 모노노케 히메는 인간의 욕망과 진보가 필연적으로 자연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묘사하며, 그 복잡성과 윤리적 딜레마를 깊이 있게 다룹니다.

자연: 살아 숨 쉬는 신성한 세계

모노노케 히메에서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생명력 있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숲에는 다양한 신들이 살고 있으며, 이들은 구체적인 동물 형태를 띠면서도 신비로운 힘을 지닌 존재로 등장합니다. 늑대신 모로, 멧돼지신 나고와 오키톤시, 그리고 결정적으로 ‘시시 가미(사슴신)’는 생명을 주고 빼앗을 수 있는 궁극적 자연의 상징입니다. 특히 시시 가미는 아름다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내포한 존재입니다. 낮에는 사슴의 형태를 하고 있다가, 밤이 되면 거대한 ‘밤의 모습(다이이다라보치)’으로 변화하는 이 존재는 자연의 이중성과 불가해함을 상징합니다. 인간이 이해하고 통제하려는 욕망과는 다른 차원의 존재인 셈입니다. 자연은 인간의 개입으로 인해 상처받고 파괴되며, 작품 후반부 시시 가미의 목이 잘리는 장면은 자연의 죽음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자연은 다시 살아나고, 식물은 자라며, 생명은 순환합니다. 이처럼 모노노케 히메는 자연을 ‘신성하면서도 위태로운 존재’로 묘사하며, 인간과의 조화를 위한 성찰을 요구합니다.

신화: 일본 고대의 세계관과의 연결

모노노케 히메의 세계관은 일본 고대 신토(神道) 사상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신토는 만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는 ‘야오요로즈노 카미(八百万の神, 팔만의 신)’ 사상을 중심으로, 산, 나무, 강, 바위 등 자연물에 신성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시시 가미, 모로, 멧돼지신 등은 이러한 자연신의 현대적 재해석입니다. 또한, 작품의 구조는 고대 전설이나 설화의 전개 방식을 따릅니다. 주인공 아시타카는 고향에서 떠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그곳에서 인간과 자연, 선과 악이 얽힌 사건을 목격하며 내적·외적 갈등을 겪습니다. 이는 고대 영웅 서사의 구조와 유사하며, ‘신화 속 인간’이라는 위치에서 그의 여정을 그려냅니다. 산(모노노케 히메)은 인간과 신 사이의 존재로, 늑대신에게 키워진 인간으로서 양쪽 세계를 모두 경험한 인물입니다. 그녀의 정체성 혼란은 곧 ‘인간과 자연 사이의 경계’를 상징하며, 일본 신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경계인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합니다. 이러한 신화적 요소들은 작품의 세계관을 더욱 깊고 입체적으로 만들며, 단순한 선악 대결이나 감정적 갈등 이상의 무게를 부여합니다.

모노노케 히메는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인간의 진보와 자연의 위기,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신화적 사유를 깊이 있게 조명하며, 관객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집니다.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면서도 스스로를 구원하려고 애쓰는 이 모순된 존재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연은 단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하고 존중해야 할 동등한 존재임을 강조합니다. 모노노케 히메는 우리가 어떤 세상을 만들어야 할지,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존재로 살아가야 할지를 성찰하게 만드는, 진정한 철학 애니메이션입니다.

느낀 점

모노노케 히메를 보고 나서 일본 영화에 빠졌다. 한국에서는 볼수 없는 컨텐츠였기 때문이다. 동물에 신이 존재한다는 배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신이라는 건 사람에서 나온 것인데 일본은 신이 동물에서 나왔다고 설명한다. 그렇기에 만들어진 영화이다. 사람의 머리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신선한 아이디어이다. 모노노케 히메라는 단어로 우리나라에서 상영되었다는 것도 인상 깊다. 보통은 번역을 해서 만들어지는데 모노노케 히메는 일본어를 그대로 사용하였다. 그 원령공주의 느낌을 살리고 어색한 단어를 외국어로 사용해 이미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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